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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에서 PM으로 전직

MD에서 전직한 PM의 일기(5화)-안되는 스타트업이란?

by 코코1127 2025. 1. 9.


그렇게 이직한 첫 스타트업의 기획자

MD에서 전직한 PM의 일기(5화)-안되는 스타트업이란?



오히려 소규모의 팀이 더 애자일하고 스프린트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좋은 아이템+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솔루션에 들뜬 마음으로 입사한 곳은
린UX와 인스파이어드 책에서 경고하는 하면 안되는 모든 것을 하고 있는 회사였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잘보는 편이고 다양한 회사 면접과 이직을 하면서(단타 근무 포함) 단련된 분석력으로 3주면 다닐수 있을지 아닐지 결정이 되는 편이다. 여기도 정확히 3주만에 알 수 있었다.


1. 공유하지 않는 것- 커뮤니케이션 비용 매우증가
2. 수평적이지 않는 것- 모두가 수동적인 상태일 확률이 높음
3. 주먹구구의 것- 우선순위대로 움직이지 않음
4.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망하는 길의 동반자가 된다는것
5. 탐구심이 없는것-스타트업의 근본이 없다는것 (성장 불가)
6. 존중하거나 공평하지 않은것-이탈자 속출의 근거
7. IT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것-누가 뭘해야되는지도 모르고 남 탓만함

위에 것이 전부 없는 IT스타트업이라면 당장 나와도 좋다. 왠만한 의지 없이 힘들다. 내 경험상 저러한 문제점은 대표와 상급자들의 문제가 크다. 실제로 이 회사도 그랬다.


자, 우리 회사는 다들 친하고 화기애애해요~
이 말이 곧 업무도 그러하단 뜻은 아니다. 사이 좋은 것과 업무의 공유과 수평적은 다른 것이다. 착각하면 안된다. 보통 이러한 것들에 '우리회사는 수평적이다. '라며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채용공고의 말을 다 믿지 말자, 직접 보고 결정해야되는건 구직자도 똑같다.)
이런경우는 상급자를 잘 구슬리면 해결 될 수 있지만, 만약 대표가 그마저도 안되는 더 심한 사람이라면 정말 큰 문제가 되버린다. 그렇기에 대표가 상성이 맞고 대표의 성향이 어떤 사람인지 면접때나 회사 초기에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집불통, 꼰대, 욕쟁이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많겠는가? 어느 정도 합리적인 대화가 통하는 상대이고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사람인지 먼저 파악하면 좋다.


안타깝게도 내 경우 그런 상대였다. 그래도 아이템이 좋았고 인하우스 였으며, 소규모의 환경이기에 변화도 가능할꺼라 생각했다. 나름 괜찮은 환경에서 기획자로서 짧은 근무를 하고 싶지 않았다. (많은 회사를 겪으며 내가 생각한 최소한의 기준에 부합했다고 보면 될듯)
이 기대는 3주만에 무너졌다. 상급자였던 개발리더는 첫 전체 미팅에서 다른 리더의 모든 발언을 언성을 높이며 무시했고 자신이 동의하에 진행한 일을 대표가 지적하자 설득하기보다 모른척 책임자를 찾았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사용자를 무식한 바보라고 생각하고 UX를 해야된다는 사람이였다. 거기다 대표는 회식자리에 자신의 지인과 가족도 불러놓고 스피커가 고장나서 안된다는 식당 직원에게 쌍욕을 하는 사람이였는데 밖에서도 새는데 설마 안까지 새면 말 다한거다.(그러고 2차 회식 텐프로 룸살롱감...ㅎ여자는 안불렀지만 현타왔다. 이럴꺼면 회식 강제하지 말라고..)


그후 1:1 식당에서 다른 직원과 한말이 있다. 나는 하고싶은 일, 기대한 일, 실망한 일에 대해 말했고 직원은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안해봤겠어요? 그냥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마세요"
날 싫어해서가 아니고 정말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는 조언이였다. 자포자기의 표정이였으니까. 사실 이것 때문에 더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이 말은 나도 회사와 성장하고 싶었지만 포기했다란 뜻이기에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사실 IT회사 경험도 없고 지식도 없는 인사 담당자는 내가 스타가 되길 바랬다. 기획자가 모든걸 알아서 척척, 개발자는 실행만 하길 바랬나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건 그게 아니였고 나는 변화를 선택했다. (그리고 설득이 안되는 사람을 설득하기엔 다수결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전체를 바꾸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변화를 하기위해 문서를 통합하고 모든 사람에게 공유했다. 초기에 보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대표나 상급자보다 동료들을 살폈다. 그들에게 모든 결정이 필요한 부분에 질문하고 의견을 묻고 대화했다. 처음엔 이런걸 왜 나한테 묻냐는 태도에서 의견을 냄으로 책임을 지는것을 두려워했던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공유한 문서도 방문객이 늘어났다) 이들이 변하자 수평적이지 않지만 수평적으로 보이고 싶어하던 상급자도 조금은 변했다.
그거 아는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 참여도가 확 높아지고 집중력도 높아져 눈을 반짝인다는 사실. 덩달아 같이 일하는 나도 즐겁다.
다들 좋아지는 분위기 속에 가끔식 등장하는 대표만 나타나면 다소 도로묵이 되기도했지만 (대표는 주2회 2-3시간만 회사에 존재했다) 그래도 나는 전체를 변화하고자 노력했다. 고맙게도 나에 대한 동료의 평은 달라졌고 변화했다.


안타깝게도 이 좋은 시너즈를 더 보기도 전에 3개월 만근시 받는 잡플래닛 취업축하금을 이유도 없이 나만 제외 받게 되면서 3개월간 해결하려고 했지만 (인사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어도 자기 잘못이 아니고 잡플이 연락이 안된다고 우겨서 3자 대면까지 했었음, 결론은 인사 담당자 거짓말) 실패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일은 일대로 하는데 돈으로 그러는건 치사해서 의욕이고 애사심이고 다 때려쳐진다.
거기서 친해진 다양한 사람들과 헤어지는건 좀 섭섭했다. 따로 퇴사사유를 말하지는 않아 아마 지금도 모를것이다. 다들 인사담당자가 그럴 이유가 없다며 이해못했기때문에 더 모를듯..나도 이해안됨.
퇴사 후 5개월이 된 시점에서 잡플레닛 축하금 담당자가 연락이 왔다. 아직도 인사 담당자가 연락이 안된다며 잡플 자체적으로 나에게 지급하겠다는 얘기였다.

'대단하다 정말' 내 지인들은 모두 입모아 말했다.
당시 아무것도 해줄수 없다는 잡플래닛의 말에 실망이였는데 그래도 잡플만이 책임감있게 처리 해주어 감사했다.(포기상태로 퇴사했음) 담당자님도 고생많았다.
그래도 안되는 이유를 체감하며 극복해 얻은 경험은 값지다. 실질적인 이유를 몸소 느낀것과 아닌것은 다르다. 나쁜 경험도 배움이 있으니 말이다.